1만500년 전 사냥꾼들이 호숫가에 건물을 지었을까? 물속 20m에서 나온 목재의 수수께끼

지금은 물이 가득한 독일의 아렌트제(Arendsee). 그런데 수면 아래 약 20m에는 1만 년 전 사람들이 살던 옛 호숫가가 잠들어 있습니다.
2026년 수중고고학자들은 그곳에서 돌도 뼈도 아닌, 사람이 베고 쪼개고 다듬은 목재를 찾아냈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그 나이가 최대 약 1만500년이라는 것입니다.
이 나무들이 정말 집의 일부였다면, 농경민의 긴 집이 등장하기 약 3000년 전 수렵채집인들이 이미 꽤 적극적으로 생활공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하지만 아직 ‘집을 발견했다’고 말하기에는 이릅니다.
호수 바닥에서 나온 것은 무엇이었을까?
독일 작센안할트주 문화재·고고학청(LDA)은 2026년 9월 30일 아렌트제 수중조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연구진이 발견한 것은 최대 약 1만500년 된, 중석기 시대 수렵채집인들이 가공한 목재입니다. 대표적인 유물은 벌채와 가공 흔적이 남은 약 1.6m 길이의 기둥과 최대 약 1.3m 길이의 쪼갠 판재입니다.
나무는 보통 돌이나 뼈보다 훨씬 쉽게 썩습니다. 그래서 중석기 시대의 목조 구조를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재료는 매우 드뭅니다. LDA에 따르면 중부 독일에서 이 시대 건축 흔적은 지금까지 주로 땅의 색이 달라진 흔적 같은 간접적인 형태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왜 1만 년 넘은 나무가 썩지 않았을까?
비밀은 아렌트제의 지질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내륙 호수는 시간이 흐르며 퇴적물이 쌓여 점차 메워집니다. 하지만 아렌트제는 지하의 소금층과 관련된 지질 과정 때문에 호수 바닥이 천천히 내려앉아 왔습니다.
그 결과 중석기 시대 사람들이 이용하던 옛 호숫가가 오늘날에는 약 20m 수심 아래에 놓이게 됐습니다. 유물은 얇은 퇴적층 아래 묻혔고, 물에 잠긴 환경이 목재를 장기간 보존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즉 고대 사람들이 호수 바닥에서 건물을 지은 것이 아닙니다. 당시에는 육지 또는 호숫가였던 장소가 이후 지질 변화와 수위 환경 속에서 지금의 물속 깊은 곳이 된 것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농부가 아니었다
약 1만500년 전의 중부 유럽은 중석기 시대였습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아직 농경과 목축을 중심으로 정착한 초기 농민이 아니었습니다. 사냥하고, 식물을 채집하고,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가던 수렵채집인들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발견이 흥미롭습니다. 과거 수렵채집인은 흔히 이동생활을 하며 가볍고 임시적인 거처만 만들었다는 이미지로 그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동성이 있었다는 사실과 특정 장소를 반복적으로 이용하거나 시설물을 만들었다는 가능성은 서로 모순되지 않습니다.
목재 기둥과 판재가 실제 건축 구조의 일부로 확인된다면 당시 사람들이 호숫가 환경을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설계하고 이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집을 발견했다’고 단정하면 안 되는 이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구분이 있습니다.
가공된 목재가 발견된 것은 사실입니다. 목재가 어떤 구조물의 일부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연구진이 제시한 해석입니다. 그러나 그 구조물이 주거용 오두막이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LDA의 공식 발표도 ‘주거 건물의 잔해인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전혀 다른 종류의 목조 구조물인지’가 현재와 앞으로의 연구 대상이라고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기둥은 구조물을 지탱했을 수도 있고, 판재 역시 어떤 시설의 일부였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우리가 현대적인 ‘집’이라고 생각하는 형태와 전혀 다른 용도였을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발견의 가장 흥미로운 질문은 ‘1만500년 된 집이 발견됐다’가 아니라 ‘1만500년 전 사람들은 이 목재로 무엇을 만들었을까?’입니다.
수중 로봇까지 투입된 이유
연구팀은 나무 몇 점만 건져 올리고 조사를 끝내지 않았습니다.
2026년 봄 발견 이후 추가 표본과 유물을 회수해 유적의 범위와 연대를 조사했습니다. 이어 Fraunhofer IOSB-AST와 협력해 원격조종 수중로봇, 즉 ROV를 투입했습니다.
ROV는 고해상도 소나로 옛 호숫가의 지형을 기록했습니다. 물속에서는 시야가 제한되고 퇴적층을 함부로 걷어낼 수도 있기 때문에, 소나는 넓은 범위의 지형과 의심 지점을 비파괴적으로 파악하는 데 유용합니다.
개별 유물의 정확한 위치와 옛 지형을 함께 기록하면 목재들이 우연히 흩어진 것인지, 일정한 배치를 이루는지, 주변에 추가 구조가 숨어 있는지를 앞으로 더 정밀하게 조사할 수 있습니다.
왜 ‘농경보다 3000년 빠르다’는 말이 나올까?
LDA 연구진이 비교 대상으로 든 것은 중부 유럽 최초 농경민들의 장축형 주거, 이른바 긴 집(longhouse)입니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최초 농경민들은 대략 기원전 5500년 무렵 중부 독일에 들어왔습니다. 이번 목재는 그보다 약 3000년 앞선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만약 아렌트제 목재가 실제로 지속적인 건축물이나 집중적으로 조성된 생활공간의 일부였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자연환경을 본격적인 문화경관으로 바꾸기 시작한 시점’을 농경의 등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조건부 해석입니다. 발견 자체가 곧바로 수렵채집인에게 농경민과 같은 정착촌이 있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앞으로 목재의 배치, 정확한 연대, 주변 유물과 지형을 함께 분석해야 합니다.
아렌트제는 일종의 수중 타임캡슐이다
이번 목재만 아렌트제에서 발견된 것은 아닙니다.
이 호수에서는 과거 조사에서 신석기 시대의 물고기 잡이용 울타리, 중세의 평저 화물선, 후기 중세의 통나무배 등 여러 시대의 수중 유물이 확인됐습니다.
호수 바닥이 오랜 시간 내려앉고 퇴적물이 유물을 덮으면서 서로 다른 시대의 인간 활동이 층층이 보존된 셈입니다.
육상에서는 썩어서 사라졌을 목재가 물속에 남아 있다는 점 때문에 아렌트제는 석기시대 사람들의 생활을 복원하는 특별한 자료가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집’보다 사람의 행동이다
현재 확인된 사실만 놓고 보면 아렌트제에서 발견된 것은 1만500년 전 사람이 의도적으로 가공한 목재와 구조물일 가능성이 있는 부재들입니다.
그것이 오두막이었는지, 작업시설이었는지, 호숫가에서 사용한 다른 구조였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바로 그 불확실성이 이번 발견을 더 흥미롭게 만듭니다. 목재의 용도가 밝혀지는 순간 우리는 중석기 시대 사람들이 어디서 잠을 잤는지만이 아니라, 한 장소를 얼마나 오래 이용했고 주변 환경을 어느 정도까지 바꾸며 살았는지를 새롭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수 밑 20m에서 나온 몇 조각의 나무가 1만 년 전 수렵채집인의 생활상을 다시 묻게 만들고 있습니다.
핵심 정리
- 독일 아렌트제에서 최대 약 1만500년 된 가공 목재가 발견됐습니다.
- 유물은 현재 수면 아래 약 20m의 옛 호숫가 퇴적층에 보존돼 있습니다.
- 약 1.6m의 가공된 기둥과 최대 1.3m의 쪼갠 판재 등이 확인됐습니다.
- 당시 사람들은 중석기 시대의 수렵채집인이었습니다.
- 목재가 구조물의 일부였을 가능성은 있지만 주거용 집이었다고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 Fraunhofer IOSB-AST와 협력해 ROV와 고해상도 소나로 옛 호숫가 지형을 조사했습니다.
- 실제 지속적 건축물로 확인된다면 중부 유럽 최초 농경민의 긴 집보다 약 3000년 앞선 생활공간 조성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 Landesamt für Denkmalpflege und Archäologie Sachsen-Anhalt — Reste von über 10.000 Jahre alten Holzkonstruktionen im Arendsee gefunden – Unterwasserarchäologie wirft neues Licht auf die Mittelsteinzeit (2026-09-30)
https://www.lda-lsa.de/en/presse-und-oeffentlichkeitsarbeit/presseinformationen/30926-arendsee-mesolithikum - Informationsdienst Wissenschaft — Remains of more than 10,000 years-old Mesolithic wooden structures found in Lake Arendsee (LDA Sachsen-Anhalt 제공)
https://nachrichten.idw-online.de/2026/09/30/remains-of-more-than-10-000-years-old-mesolithic-wooden-structures-found-in-lake-arend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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