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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과학

레이저를 쏘자 3000년 된 신전 벽에서 배 23척이 나타났다

by 민뉨 2026.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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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를 쏘자 3000년 된 신전 벽에서 배 23척이 나타났다

키프로스 라르나카의 고대 신전 벽에는 40년 전부터 배 그림 19척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4년 연구진이 벽을 고해상도 레이저로 다시 읽자, 마모된 돌 표면에서 이전에 기록하지 못했던 배들이 더 나타났습니다.

새 연구가 다루는 선박 그래피티는 모두 43개. 그중 디지털 조사로 새롭게 확인된 후보는 최대 23개입니다. 맨눈으로 거의 보이지 않는 선 몇 줄이 고대 지중해의 항해 역사를 다시 쓰게 된 셈입니다.

40년 동안 알려진 숫자는 19척이었다

유적은 키프로스 남동부 라르나카 만의 키티온 카타리(Kition Kathari)입니다. 후기 청동기 시대의 거대한 Temple 1 남쪽 외벽에는 오래전부터 배를 새긴 낙서가 알려져 있었습니다.

1980년대 연구에서는 Temple 1 외벽에서 19개의 선박 그림이 기록됐고, Temple 4 제단에서도 2개가 알려져 있었습니다. 문제는 돌이 오랜 세월 풍화됐다는 점입니다. 선각이 너무 얕아져 자연 균열과 사람이 새긴 선을 구분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레이저는 돌에 숨은 ‘깊이와 각도’를 읽었다

연구팀은 2024년 Temple 1 남쪽 파사드를 지상형 레이저 스캐너로 기록했습니다. 사용된 장비는 FARO Focus3D X330 계열로, 삼각대에 고정한 뒤 돌 표면에 직접 닿지 않고 고밀도 3차원 점군을 얻는 방식입니다.

연구진은 여기에 사진측량으로 만든 3D 모델을 더하고, GigaMesh 등의 분석 도구로 표면을 살폈습니다. 핵심은 단순히 사진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돌 표면을 기준 평면과 비교해 홈의 깊이(Distance to Plane)와 홈이 파인 각도(Angle to Plane)를 시각화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빛의 방향이나 돌의 얼룩 때문에 놓치기 쉬운 아주 얕은 선도 구조적으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23척 발견’은 정확히 무슨 뜻일까?

여기서는 숫자를 조심해서 읽어야 합니다.

2025년 디지털 기록 연구는 Temple 1의 기존 석재에서 이전에 감지되지 않았던 21개의 그래피티와, 후대 수리 단계의 블록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2개의 그래피티를 보고했습니다. 합치면 최대 23개의 새 후보가 됩니다.

2026년 후속 연구는 기존 기록과 새 디지털 분석을 종합해 총 43개의 선박 그래피티를 논의합니다. 연구진도 모든 희미한 선을 똑같은 확실성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일부는 선박임이 비교적 분명하지만 일부는 보존 상태 때문에 해석의 불확실성이 더 큽니다.

따라서 ‘레이저가 완벽한 배 23척을 갑자기 만들어냈다’기보다는 3D 스캔이 기존 조사에서 놓친 매우 희미한 선박 형상의 후보들을 드러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더 놀라운 반전은 ‘한 시대의 그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이 선박들이 주로 후기 청동기 시대에 한꺼번에 새겨졌다고 보는 해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새 연구는 층위 자료와 선박 형태 비교를 결합해 다른 그림을 제시합니다.

연구진은 Temple 1의 배들이 후기 청동기 시대부터 초기 철기 시대까지 계속 새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냈습니다. 즉 어느 한날 누군가가 40척을 그린 장면이 아니라, 여러 세대의 사람들이 같은 신전 벽에 배를 추가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후대 수리 단계와 관련된 블록에도 선박 그림이 확인된다는 점은 이 전통이 건물의 초기 단계 이후에도 이어졌다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배 모양에는 지중해의 교류가 담겨 있다

2026년 논문은 43개의 선박 그래피티를 형태에 따라 크게 여섯 그룹으로 분류합니다. 모든 그림이 동일한 배를 그린 것이 아닙니다.

연구진은 다수의 형태에서 레반트와 키프로스 선박 전통과의 연관성을 보고, 일부에서는 에게해와 비교할 수 있는 특징도 논의합니다. 키티온이 동지중해 해상 네트워크와 밀접하게 연결된 항구 도시였다는 역사적 배경과도 잘 맞습니다.

하지만 벽 그림만으로 실제 배의 정확한 크기나 항해 경로, 그림을 새긴 사람의 출신을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피티는 당시 사람들이 배를 어떻게 기억하고 표현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이지, 완전한 조선 설계도는 아닙니다.

 

왜 신전 벽에 배를 새겼을까?

가장 궁금한 질문이지만 아직 정답은 없습니다.

배 그림이 항해의 안전을 비는 봉헌 행위였을 수도 있고, 실제 선원이나 방문자가 자신의 존재를 남긴 흔적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신전 공간에서 바다와 항구가 갖는 상징성을 표현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연구진 역시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다고 분명히 합니다. 그래서 ‘고대 선원들의 기도’처럼 하나의 이야기로 단정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확실한 것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같은 건축물에 배를 반복해서 새겼다는 점입니다. 그것만으로도 키티온 사회에서 바다가 얼마나 강한 문화적 이미지였는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레이저의 진짜 역할은 ‘발견’과 동시에 ‘보존’이다

이번 기술의 가치는 새 그림을 찾은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신전 벽은 발굴 뒤 수십 년 동안 비와 바람에 노출됐고, 매우 얕은 그래피티는 계속 손상될 수 있습니다. 고해상도 레이저 스캔과 사진측량으로 현재 표면을 3차원 기록해 두면 미래에 실제 돌의 선이 더 흐려져도 연구자는 당시의 정밀 데이터를 다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즉 3D 기록은 고대 벽을 물리적으로 복원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라질 수 있는 표면 정보를 디지털 상태로 보존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결국 레이저가 보여준 것은 ‘배 23척’보다 긴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숫자의 반전처럼 보입니다. 19척으로 알았던 신전 벽에 더 많은 배가 숨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연구의 더 큰 의미는 그 다음에 있습니다. 새로 읽힌 선각과 건축 층위, 배 형태를 함께 비교하자 이 벽은 한 시대의 낙서판이 아니라 후기 청동기에서 초기 철기로 이어지는 여러 세대의 해양 기억을 품고 있었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3000년 넘게 풍화된 돌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레이저가 그 표면의 높낮이를 수백만 개의 점으로 바꾸자, 맨눈으로는 사라져 가던 선들이 다시 연구 가능한 데이터가 됐습니다.

이번 발견의 주인공은 레이저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 덕분에 다시 읽히기 시작한 고대 사람들의 배와 바다에 대한 기억입니다.

핵심 정리

  • 유적은 키프로스 라르나카의 Kition Kathari 신전 복합체입니다.
  • 1980년대에는 Temple 1 남쪽 외벽에서 선박 그래피티 19개가 기록돼 있었습니다.
  • 연구팀은 2024년 고해상도 지상 레이저 스캔과 사진측량으로 벽을 다시 기록했습니다.
  • 디지털 자료에서는 기존에 놓쳤던 선박 그래피티 후보가 최대 23개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 2026년 연구가 논의하는 선박 그래피티는 총 43개입니다.
  • 그림들은 한 시점이 아니라 후기 청동기 시대부터 초기 철기 시대까지 이어져 새겨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형태는 주로 레반트·키프로스 선박과 연결되며 일부는 에게해 전통과도 비교됩니다.
  • 누가 왜 새겼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 3D 스캔은 새 선각을 찾는 동시에 풍화되는 문화유산을 정밀하게 기록하는 보존 수단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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