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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

박물관에 40년 넘게 있던 ‘32cm 거대 심해등각류’, 사실 신종이었다

by 민뉨 2026.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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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40년 넘게 있던 ‘32cm 거대 심해등각류’, 사실 신종이었다

독일의 한 대학 박물관 창고에는 1980년대부터 커다란 바다 생물 표본 하나가 보관돼 있었습니다.

길이는 32.2cm. 사람 손바닥보다 훨씬 큰, 갑옷 같은 몸을 가진 심해 생물이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교육용 표본으로 남아 있던 이 동물을 현대적인 영상 기술로 다시 조사했더니 뜻밖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미 알려진 종이 아니라 과학계가 한 번도 정식으로 기술하지 않았던 새로운 종이었습니다.


먼저 바로잡아야 할 것, 이 동물은 ‘벌레’가 아니다

처음 수집된 주제에는 ‘거대 심해벌레’라고 적혀 있었지만 원 논문과 튀빙겐대학교 발표를 확인하면 정확한 정체는 거대등각류(giant isopod)입니다.

새 학명은 Bathynomus tuebingoborikensis.

등각류는 갑각류에 속합니다. 육지의 작은 쥐며느리나 공벌레와 먼 친척 관계에 있는 바다 생물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Bathynomus 속의 거대등각류는 세계 여러 바다의 깊은 곳에 살며, 알려진 종 가운데는 몸길이가 수십 cm까지 자라는 종류도 있습니다.

이번 신종의 홀로타입 표본은 암컷 한 마리로, 논문에 기록된 몸길이는 32.2cm입니다.


 

푸에르토리코에서 독일 대학 창고까지

이 표본은 고생물학자 아돌프 ‘돌프’ 자일라허(Adolf/Dolf Seilacher)가 1980년대 푸에르토리코의 연구시설에서 확보해 독일 튀빙겐대학교로 가져온 것입니다.

논문에는 표본의 채집 깊이가 500m로 기록돼 있습니다.

이후 표본은 튀빙겐대학교 고생물학 컬렉션에 건조 상태로 보관됐고 교육에도 사용됐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이 동물이 독립된 신종이라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고생물학 학생이자 등각류를 연구하는 베네딕트 케슬레(Benedikt Kästle)와 컬렉션 큐레이터 잉마르 베르네부르크(Ingmar Werneburg)가 표본을 자세히 다시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외형 비교에 그치지 않고 마이크로 CT(µCT) 등을 이용해 몸의 세부 구조와 입 부분까지 살펴봤습니다.

무엇이 달랐기에 새로운 종이 됐을까?

거대등각류들은 얼핏 보면 상당히 비슷합니다. 갑옷처럼 겹친 몸마디, 많은 다리, 넓은 꼬리 부분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종을 구분할 때는 작은 구조들이 중요합니다.

연구팀은 머리와 몸마디의 홈, 입 부속지의 강모 수, 꼬리판의 가시와 형태, 꼬리다리의 구조 등을 다른 Bathynomus 종들과 비교했습니다.

특히 가까운 종으로 분석된 Bathynomus yucatanensis와도 여러 해부학적 차이가 확인됐습니다.

이런 특징을 종합해 연구진은 튀빙겐의 오래된 표본을 별개의 신종으로 기술했습니다. 연구는 2026년 10월 8일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습니다.


 

이름에는 독일과 푸에르토리코가 함께 들어갔다

tuebingoborikensis라는 종명에는 표본이 오랫동안 보관된 독일 튀빙겐(Tübingen)과 표본의 고향인 푸에르토리코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Boríken’은 푸에르토리코를 가리키는 원주민 타이노(Taíno) 명칭입니다.

수십 년 동안 독일의 컬렉션에 있던 동물과 원래 발견 지역을 한 이름에 함께 기록한 셈입니다.

32.2cm면 얼마나 큰 것일까?

연구팀은 거대등각류를 몸 크기에 따라 비교하면서 이 표본을 매우 큰 축에 놓았습니다.

튀빙겐대학교는 32.2cm짜리 이 표본을 연구에서 사용한 분류상 ‘colossogiant’ 범주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Bathynomus 전체가 모두 이렇게 큰 것은 아닙니다. 속 안에서도 크기 차이가 상당하며, 대학 발표에 따르면 이 무리의 일부는 최대 약 50cm까지 자랄 수 있습니다.

거대한 몸집이 왜 진화했는지는 심해생물학의 흥미로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번 논문만으로 특정 환경 하나가 거대화를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오래된 표본 하나가 1500만 년의 이야기도 건드렸다

연구진은 신종을 기술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살아 있는 종과 화석종의 형태 자료를 이용해 Bathynomus의 진화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이 속이 1500만 년보다 이전의 마이오세 무렵 멕시코만 지역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파나마 지협이 완전히 닫혀 있지 않았기 때문에 바닷길을 통한 확산이 가능했습니다. 연구진은 이후 이 무리가 여러 해역으로 퍼지고 다양한 크기와 종으로 갈라진 시나리오를 제안합니다.

다만 이것은 형태 자료를 이용한 예비 계통분석에 기반한 진화 시나리오입니다. 모든 이동 경로가 직접 관찰된 사실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왜 박물관 창고에서 아직도 신종이 나올까?

자연사 박물관의 표본은 단순한 전시품이 아닙니다.

수십 년 전에 채집된 생물이라도 당시에는 종을 정확히 구분할 자료나 기술이 부족했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새로운 종이 발견되고 비교 자료가 늘어나며 CT 같은 분석 기술까지 발전하면 오래된 표본의 정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표본은 바로 그런 사례입니다.

새로운 생물을 찾으려면 반드시 지금 당장 심해로 탐사선을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오래전에 바다에서 건져 올려 박물관 선반에 놓여 있는 생물 가운데 아직 이름 없는 종이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시간이 40년이 넘었습니다.

핵심 정리

  • 신종은 거대 심해 ‘벌레’가 아니라 갑각류인 거대등각류입니다.
  • 학명은 Bathynomus tuebingoborikensis입니다.
  • 표본은 1980년대 푸에르토리코에서 확보돼 튀빙겐대학교로 옮겨졌습니다.
  • 논문 기록상 채집 깊이는 500m입니다.
  • 홀로타입은 암컷이며 몸길이는 32.2cm입니다.
  • 연구진은 µCT와 형태 비교를 이용해 기존 종과 다른 해부학적 특징을 확인했습니다.
  • 연구는 2026년 10월 8일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습니다.
  • 종명은 튀빙겐과 푸에르토리코의 타이노 명칭 Boríken을 결합했습니다.
  • 오래된 자연사 컬렉션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생물다양성의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참고자료

  • University of Tübingen — Eine Riesenassel aus der Karibik, die Tübingen im Namen trägt https://uni-tuebingen.de/universitaet/aktuelles-und-publikationen/pressemitteilung/eine-riesenassel-aus-der-karibik-die-tuebingen-im-namen-traegt/
  • Scientific Reports — A new Caribbean species of the giant isopod genus Bathynomus (Crustacea, Isopoda, Cirolanidae) with notes on its evolution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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